지난주에 수능 시험이 있었죠.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대학 입학 시험은 초중고 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영어 과목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그렇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능 영어가 얼마나 좋은 시험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것 같네요.
Google로 거의 모든 문서의 검색이 가능해지면서, 수능 지문도 구글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누가 쓴 어떤 책의 몇 페이지에서 발췌한 글인지까지 알 수 있는 경우도 많죠.
그런데 책에서 발췌한 경우, 수능 시험에 활용하기 위해서 원문을 바꾼 경우가 꽤 많습니다.
길이를 줄이려고 문장을 생략하거나, 쉽게 읽히도록 단어를 바꾼 경우가 대부분이죠.
누군가가 쓴 글을 문제 출제자가 임의로 줄이고 바꾸었다면, 그런 후에도 그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수능 지문 특유의 '지루함'은 어쩌면 문제 출제를 위해 변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문제의 변별력을 위해, 빈칸 채우는 문제나 순서를 정하는 등의 문제, 그러니까 원문을 훼손하면서 출제하는 문제가 매우 많죠.
이렇게 글을 퍼즐처럼 만드는 문제는, 출제자에게는 쉬울지 몰라도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는 매우 고통스럽고 헷갈리는 유형입니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이해가 가실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조각난 글을 맞추는 능력을 과연 영어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것이 영어 시험인지 IQ테스트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물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지금과 같은 유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겠죠. 듣기 영역이라도 있으니 예전 학력고사보다는 실용적인 시험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무 살이 다 되어 지금의 수능 문제와 같은 문제를 풀고 평가 받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영어에 들볶여야 하나요?
딱히 대안을 내놓을 수 없어 유감입니다만
나중에 제 아이가 지금의 수능 영어와 같은 문제로 본인의 영어능력 전체를 평가받아야 한다면, 전 차라리 수능 점수는 무시하라는 극단적인 말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조차 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번 수능 25번 문제의 복수정답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길래
저도 문제를 살펴보았는데요,
18%와 18% point를 구별하지 않은 것은 출제자의 잘못이 맞죠. 만일 회사에서 그렇게 PT 자료를 만들었다면, 아마 높은 분으로부터 지적을 당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