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만에 끄적끄적에 다시 적습니다.

2회에 걸쳐 리스닝 얘기를 했는데요
오늘은 스피킹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어른의 스피킹 공부 방법이란 결국 ‘뽑아내기’와 ‘짝짓기’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말하기가 안 되는 이유를 진단하면서 흔히

‘어린 아이들이 모국어 익히듯이 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어른도 아이처럼 입을 열고 큰 소리로 무한 반복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영어를 익히게 된다고도 말합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 현실적으로, 어른이 할 수 있는 공부방법인가요?

큰소리로 영어를 따라하는, 영어를 향한 열정에 불타는 어른의 모습을 상상할 수는 있어도, 내가 그런 사람 되고 싶지는 않은 게 솔직한 마음 아닐까요. 어깨에 힘 빼고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짝짓기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우선 기운 빠지는 얘기를 하자면

스피킹이라는 게 결국 우리말 아이디어를 빨리 영어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잘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말과 영어를 짝지어 많이 기억하자는 게 짝짓기의 전부입니다.

좀 허탈하죠. 하지만 달리 신통방통한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그 짝짓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디테일이 좀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짝짓기라는 방법으로 영어를 공부해 왔습니다.

세대에 따라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대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1때 처음 알파벳을 배우게 되면
A로 시작하는 단어 apple-사과, B로 시작하는 단어 banana-바나나, C로 시작하는 단어 cat-고양이
뭐 이런 식으로 영어와 우리말을 짝지어 기억합니다.

그런데 사과-apple, 이렇게 짝짓는 공부는 해도

이 사과가 썩었다-This apple is ?. 이렇게 짝짓는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좀 생각해 봤는데, 우선은 시험에 이렇게 출제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험을 잘 보려면 단어들을 묶어 표현을 만들어 가는 능력보다는
묶여 있는 표현을 잘게 분해해서 분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죠.

그러니까 단어 대 단어 짝짓기는 많이 했어도 아이디어 대 아이디어의 짝짓기는 별로 안 한 셈이죠.

그러니 우선 짝짓기의 범위를 단어 대 단어로 한정하지 말고, 아이디어 대 아이디어로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과가 썩었다’는 영어로 This apple has gone bad.라고 말하거나 This apple is rotten. 또는 This apple is spoiled.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입시교육에 충실했던 국내파들은 여기 왜 has gone이라는 완료형을 쓴 건가, go bad라는 표현이 썩었다는 뜻인가, rotten과 spoiled는 같은 뜻인가 뉘앙스 차이는 무엇인가 등 매우 세세한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정작 ‘썩었다’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다양하게 표현하는지는 생각하지 못하게 되고, 그래서 사과뿐 아니라 다른 음식이 상했다고 할 때 이 표현을 순발력 있게 써 보겠다는 결심은 하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방식으로 영어 문장을 대하는 것이죠.

스피킹이든 라이팅이든 영어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이 짝짓기만큼 유용한 공부방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짝짓기에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무엇과 무엇을 짝지어야 하는지, 모범적인 표현들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와

짝짓기만 한다고 스피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데, 어떻게 스피킹 능력이 발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구체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